독일 유학 시절, 아내와 나는 식당에서 일한 적이 있다. 월·수·금에는 내가 일하고, 화·목·토에는 아내가 나가 일했다. 참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아내가 벌어오는 돈은 매번 내가 벌어오는 돈의 두 배였다. 독일어도 내가 훨씬 더 잘했다. 음식에 맞춰 그릇을 내오고, 음료수의 종류에 맞춰 잔을 내오는 것과 같은 자질구레한 능력도 내가 더 뛰어났다. 그러나 버는 돈의 격차는 줄어들지 않았다. 식당 주인도 내 서비스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참다못한 주인은 내 일자리를 아내에게 양보할 것을 요구했다. 결국 나는 야간 경비원으로 직종을 전환해야 했다. 애초부터 남의 마음을 배려해야 하는 웨이터는 내게 맞는 일자리가 아니었다. 밤새 혼자 책을 읽으며, 매시간 순찰하는 것이 전부인 야간 경비와 같은 일이 내 체질이었다.


서구 식당의 웨이터는 대부분 월급을 받지 않는다. 팁으로 받는 돈이 곧 월급이다. 능력 있는 웨이터와 능력 없는 웨이터의 차이는 아주 분명하다. 받는 팁에는 어떠한 거품도 없다. 웨이터가 너무 친절해도 손님들은 부담스러워한다. 팁을 너무 노골적으로 바라는 듯한 천박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친절하지만, 적당한 품위와 기품을 유지해야 한다. 능력 있는 웨이터야말로 가장 뛰어난 심리학자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기 때문이다. 미국의 소비자 행동을 연구하는 마이클 린(Michael Lynn)교수는 뛰어난 웨이터의 특징을 조사하여 다음과 같이 십계명으로 정리했다. 여러 가지로 응용할 게 많은 심리학 원리다. 괄호 안에 내 해석을 첨가한다.

1. 옷을 다르게 입어라. 단순히 옷에 액세서리만 달리해도 팁이 평균 17% 올랐다. (나만의 트레이드마크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단순히 식당 종업원이 아니라 독립된 인격체임을 손님에게 주지시킬 수 있어야 한다. 타인과 구별되는 작은 특징만으로도 남은 나를 존중하게 되어 있다.)

2. 자기 이름을 소개하라. 웨이터가 자기 이름을 소개하며 주문을 받았을 때, 한 테이블당 팁이 평균 2달러 올랐다. (아무리 비즈니스 관계로 만난다 해도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있어야 한다. 회사라는 무감각한 시스템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는 느낌이 들어야 한다.)

3. 무조건 많이 팔아라. 당연하다. 손님은 자신이 먹은 음식의 총량을 계산해 팁을 책정하는 까닭이다. 주문을 받으면서 계속 뭔가를 제안해야 한다. “오늘 무슨 요리가 좋다” , “이런 음식에는 이런 음료가 좋다” 등. 그 결과 팁이 25% 올랐다. (상호 작용의 양이 중요하다. 무조건 많이 만나야 한다. 관계의 총량이 많아야 마음이 움직인다. 상대방에게 투자한 시간만큼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이들이 꼭 있다. 그렇지 않다. 마르크스 변증법에서도 나온다. ‘양질 전환의 법칙’ . 양이 축적되고 쌓여야 질적 전환이 이뤄진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용불용설이 옳다. 질이 중요하다는 이들의 대부분은 조루다.)

4. 식탁 옆에서는 무릎을 꿇어라. 눈길을 맞추라는 이야기다. 돈을 내는 손님이 웨이터를 올려보며 이야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당연한 이야기다. 상대방이 나와 동등한 인격체로 여겨져야 반응한다. 사회적 지위의 차이를 깔고 시작하는 대화가 행복한 경우는 없다. 그런데도 한국 남자들은 꼭 명함을 건네며 서로의 사회적 지위를 결정한 다음에야 이야기를 시작한다. 한국에서 명함을 나누는 행동의 대부분은 동물의 수컷들이 서로의 뿔이나 이빨의 크기를 겨루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

5. 손님을 만져라. 손님의 어깨나 팔을 살짝 건드리는 행동만으로도 팁은 16%나 더 올랐다. 웨이터가 자신의 몸을 만지는 것을 의식하지 못해도 손님은 더 많은 팁을 내놓았다. (만져야 마음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만지는 것은 의사소통의 가장 중요한 영역이다. 현대사회가 되면서 만지는 것이 터부시된다. 그러나 인간 의사소통의 인식론적 기원은 ‘터치’다. 만지는 것이 사라졌다. 그래서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것이다. 만질수록 커진다. 무엇이든!)

6. 손님의 주문 내용을 따라 말해라. 손님의 주문을 따라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팁은 두 배로 올랐다. (내가 하는 이야기를 상대방이 성의 있게 받아들인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상대방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는다는 인상을 주어야 한다. 그래서 비언어적 표현이 중요한 것이다. 고개를 끄덕거리는 것, 시선의 방향, 맞장구쳐주는 것 등등. 이런 신호들이 말하는 내용보다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하기도 한다.)

7. 신용카드사의 로고가 적힌 계산서를 사용하라. 이유에 대해 린 교수는 잘 모르겠다고 한다. 좌우간 신용카드사의 로고가 찍힌 계산서를 사용했을 때, 팁은 22%가 더 올랐다고 한다. (나도 잘 모르겠다. 로고가 찍히고 계산서가 더 예뻐 보여서?)

8. 입을 가능한 한 크게 벌려 웃는 표정으로 이야기하라. 웃으면서 서비스했을 때 팁의 변화는 가장 드라마틱하게 나타났다. 무표정으로 서비스할 때와 비교할 때, 팁은 140%가 올랐다. (당연하다. 인간은 타인의 표정을 흉내 내도록 생체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갓 태어난 아기도 엄마 표정을 흉내 낸다. 웃는 얼굴을 보면 웃는 얼굴을 하게 되어 있다. 웃으면서 팁을 내는데 어찌 인색할 수 있을까? 내 아내가 나보다 두배의 돈을 벌어온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내 아내는 참 잘 웃는다.)

9. 좋은 날씨를 예보하라. “내일은 날씨가 참 좋다고 하네요. 데이트하시기 좋을 것 같아요”와 같은 단순한 이야기만으로도 사람들이 내놓는 팁은 19%나 증가했다. 단 실제로 그 다음날 날씨가 좋다는 예보가 있을 때만 가능한 이야기다. (사람들은 무조건 긍정적인 이야기를 원한다. TV 토론 프로그램의 단골 출연자들의 표정이 밝은 경우는 없다. 만나도 그리 유쾌하지 않다. 비판이 그들의 직업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들이 웨이터를 한다면 식당은 바로 망할 것이다. 그래서 나도 독일의 그 식당에서 쫓겨났다. 아, 유쾌한 지식인이 되는 건 불가능한 것일까?)

10. 손님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라. 손님에게 계산서를 내밀 때, 초콜릿을 함께 내미는 것만으로도 팁은 21%나 올랐다. 놀랍지 않은가? (당연하다. 사람들은 아주 작은 것을 받아도, 일종의 빚진 것 같은 느낌을 가진다. 받은 것은 반드시 어떤 방식으로든 돌려줘야 한다. 이 맥락에서 손님이 돌려줄 수 있는 것은 한가지뿐이다. 팁. 그래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자꾸 뭔가를 선물해야 한다. 꼭 비쌀 필요는 없다.)